얄궂은 꿈 6

 

                            최 신 림

 

외삼촌댁 동구 밖  

길게 옆으로 드러누운 팽나무

고목 진 늙은 나무 등에 달린 가지

더 많은 태양의 양분받으려

수심 깊은 물 중앙으로

짧은 가지 팔 길게 뻗었던 나무

잘려 나가고 널 다란 호수 매립되어

콘크리트 주차장으로 탈바꿈하여

몇 대 외제차가 즐비하게 서있었다

어릴 때 같이 뛰놀던 어리던 후배 놈이

언제 컸는지 외제 차에서

검은 안경 왼손으로 벗어 쥐고 내리는 거야

해남에서 카센터 크게 운영하는 사장님 되어

이제는 자기도 어엿한 갑이 되었다며

허튼 웃음을 웃어 보이며

형은 지금도 근로자 을생활하냐고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삽 한 자루 바닥에 던지며

을이 아니면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 삽으로

네모나게 한 번 파보아 증명해 보라는 거여

부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삽을 높이 쳐들었는데

유방암으로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외사촌 누님이 팔을 잡으며

참으라 하시며 우시는데

꿈에서 어찌나 서럽게 같이 울었던지

백화점에서 무릎 꿇은 그분들이

번뜩 떠오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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